이마와 볼의 노란 오돌토돌함, 좁쌀여드름이 아니라 ‘피지샘증식증’
이마나 볼에 피부색 또는 노란빛을 띠는 작은 돌기가 늘어나면 흔히 좁쌀여드름이라고 생각합니다. 각질 제거제를 바르거나 압출을 시도해도 내용물이 나오지 않고 같은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다면 ‘피지샘증식증’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피지샘증식증은 모공이 피지로 막힌 상태가 아니라 모낭 주변의 피지샘 조직 자체가 커진 양성 병변입니다. 암이나 감염성 질환이 아니며 다른 사람에게 옮지도 않습니다.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좁쌀여드름과 치료 방법이 다르므로 먼저 정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피지샘이 커지면 왜 돌기가 생길까?
피지샘은 모낭과 연결돼 피지를 분비하는 기관입니다. 피지샘증식증에서는 하나의 모낭 주위에 있는 피지샘 소엽이 커지면서 피부 표면이 둥글게 솟아오릅니다. 피지가 표면에 쌓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세안을 강하게 하거나 모공을 비운다고 없어지지 않습니다. 주로 중년 이후 이마, 관자놀이, 볼과 코 주변에서 관찰되지만 젊은 성인에게도 생길 수 있습니다. 나이에 따른 피지샘의 변화, 유전적 소인과 장기간의 자외선 노출 등이 관련 요인으로 거론됩니다. 장기이식 후 사이클로스포린 같은 면역억제제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많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좁쌀여드름과 모양이 어떻게 다를까?
전형적인 피지샘증식증은 지름 2~4mm 정도의 부드러운 피부색 또는 연한 노란색 돌기로 나타납니다. 가운데가 배꼽처럼 살짝 들어가 있거나 작은 모공이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확대경으로 관찰하면 중심부를 둘러싸는 미세혈관이 왕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좁쌀여드름으로 불리는 폐쇄면포는 피지와 각질이 모공 입구를 막아 생깁니다. 흰색 또는 피부색의 작은 돌기가 여러 개 모여 나타나며 일부는 붉은 여드름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비립종은 각질이 들어 있는 작고 단단한 낭종으로, 주로 눈가와 볼에 하얀 알갱이처럼 보이고 중앙의 오목한 부분은 뚜렷하지 않습니다. 사진이나 손으로 만지는 느낌만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피부과에서는 병변의 색과 중심부 구조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피부확대경을 사용합니다.
압출해도 나오지 않는 이유
피지샘증식증은 제거할 피지 덩어리가 아니라 커진 피지샘 조직입니다. 손이나 압출기로 강하게 누르면 내용물은 나오지 않고 피부만 찢어질 수 있습니다. 바늘로 반복해서 찌르거나 손톱으로 뜯으면 염증, 색소침착과 흉터가 남을 위험도 있습니다. 살리실산이나 각질제거제를 사용해 피부 표면이 매끈해 보일 수는 있지만, 이미 커진 피지샘을 화장품으로 없애기는 어렵습니다. 세정력 강한 제품을 반복하거나 각질을 벗겨내는 방식은 주변 피부의 자극만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꼭 치료해야 할까?
전형적인 피지샘증식증은 건강에 해를 주지 않으므로 불편하지 않다면 지켜봐도 됩니다. 외관상 신경 쓰이거나 화장할 때 돌기가 강조된다면 전기소작, 레이저 기화, 냉동치료, 얕은 절제나 소파술 등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어떤 방법이 적합한지는 돌기의 크기와 개수, 피부색, 흉터와 색소침착 위험에 따라 달라집니다. 너무 깊게 제거하면 움푹 팬 흉터가 남을 수 있고, 반대로 피지샘 조직이 충분히 줄어들지 않으면 같은 부위가 다시 도드라질 수 있습니다. 치료한 병변이 제거되더라도 주변에서 새로운 피지샘증식증이 생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병변이 매우 많을 때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이소트레티노인 같은 처방약을 검토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부작용과 금기사항이 있고 복용을 중단한 뒤 재발할 수 있으므로 미용 목적으로 임의 복용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피부질환과 구분해야 하는 신호
피지샘증식증은 대부분 여러 개가 비슷한 크기로 천천히 나타납니다. 반면 하나의 돌기만 계속 커지거나 반복해서 피가 나고 딱지가 생기는 경우, 상처처럼 낫지 않는 경우에는 기저세포암 등 다른 피부종양과 구분해야 합니다. 색과 모양이 불규칙하게 변하거나 단단해지고 통증이 생긴 경우에도 압출부터 시도하지 말고 진료를 받는 편이 안전합니다. 장기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이거나 과거 피부암을 진단받은 사람에게 새로운 돌기가 생겼다면 의료진에게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
피지샘증식증은 청결하지 않아서 생긴 피지 덩어리도, 짜지지 않는 여드름도 아닙니다. 가운데가 살짝 들어간 노란색 또는 피부색 돌기가 이마와 볼에 반복되고 압출해도 나오지 않는다면 피지샘 조직이 커진 상태일 수 있습니다. 무리하게 짜거나 벗겨내기보다 정확한 진단을 받은 뒤, 치료 필요성과 흉터·색소침착 및 재발 가능성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