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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리스 뷰티’가 주목받는 이유

‘워터리스 뷰티’가 주목받는 이유

화장품에서 물을 빼기 시작했다, ‘워터리스 뷰티’가 주목받는 이유


세럼은 액체, 크림은 부드러운 유화제형, 샴푸는 펌프 용기에 담긴 액체라는 공식이 조금씩 깨지고 있습니다. 가루에 물을 묻혀 사용하는 클렌저, 얼굴에 직접 문지르는 고체 세럼, 샴푸바와 컨디셔너바처럼 제품 자체에 들어가는 물을 크게 줄이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는 화장품이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워터리스 뷰티(Waterless Beauty)’입니다. 최근에는 고체와 파우더, 농축 제형 등이 지속가능성과 휴대성, 제품 효율을 강조하는 뷰티 흐름과 맞물리면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2026년 헤어케어 트렌드에서도 샴푸바·물에 녹이는 시트·파우더 같은 워터리스 형태가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제품군으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한 가지는 구분해야 합니다. 제품에 물이 없다는 사실과 그 화장품이 환경에 더 좋다는 결론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워터리스 뷰티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제품 안의 물뿐 아니라 원료 생산부터 제조·포장·운송, 그리고 소비자가 실제로 사용하는 물까지 살펴봐야 합니다.

워터리스 화장품은 정확히 무엇일까?

워터리스라는 이름 때문에 ‘사용할 때도 물이 전혀 필요 없는 화장품’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 범위는 더 넓습니다. 오일이나 밤처럼 애초에 물이 없는 무수(anhydrous) 제형, 샴푸바·고체 클렌저처럼 고체로 만든 제품, 물을 묻혀 활성화하는 파우더 클렌저, 소비자가 사용할 때 물을 섞는 농축 제품 등이 모두 워터리스 흐름에서 논의됩니다. 관련 연구에서도 화장품의 물 사용을 줄이는 전략으로 물이 거의 없거나 없는 제형뿐 아니라 빠르게 헹궈지는 제품과 헹굼이 필요 없는 제형까지 폭넓게 제시합니다. 즉 핵심은 단순히 ‘고체냐 액체냐’가 아니라 화장품의 생애주기에서 물 사용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있습니다.

왜 굳이 화장품에서 물을 뺄까?

물은 화장품에서 단순한 값싼 채움재가 아닙니다. 성분을 녹이고 분산시키며 우리가 익숙하게 느끼는 로션이나 크림의 사용감을 만드는 중요한 원료입니다. 문제는 화장품 산업에서 물이 제품 속 원료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원료 생산, 제조 과정의 가열과 냉각, 설비 세척, 포장재 생산 등 여러 단계에서 물이 필요합니다. 2022년 Sustainable Production and Consumption에 발표된 논문은 화장품의 물 지속가능성을 제품의 제형부터 제조·포장·유통·사용·폐기까지 전체 생애주기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이 과정에서 제품 자체의 물을 줄이는 워터리스 제형이 하나의 전략으로 등장했습니다.

물을 빼면 제품이 작아질 수 있습니다. 워터리스 제품의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쉽게 체감할 수 있는 장점은 농축과 휴대성입니다. 물을 줄여 같은 사용 횟수를 더 작고 가벼운 형태에 담을 수 있다면 제품의 부피와 운송 무게를 낮출 가능성이 있습니다. 관련 연구에서도 워터리스 제품은 일반적으로 농축된 형태로 만들 수 있고 더 가벼운 제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제시합니다.

여행할 때도 편리합니다. 샴푸바나 고체 클렌저는 액체가 새는 문제를 줄일 수 있고 파우더 제품 역시 부피를 작게 설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워터리스 뷰티는 친환경이라는 메시지만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작고 가볍고 휴대하기 편하다’는 실용성과도 연결됩니다.

물이 없으면 보존제도 필요 없을까?

워터리스 화장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장입니다. 화장품에서 미생물이 증식하려면 이용 가능한 물이 중요합니다. 이를 평가할 때 단순한 수분 함량뿐 아니라 수분활성도(water activity)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화장품의 수분활성도를 낮추면 미생물 성장을 억제하거나 늦추어 보존 시스템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 그렇다고 ‘물이 없는 화장품=보존제가 필요 없는 화장품’이라고 공식처럼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제품의 성분과 제형, 포장, 소비자가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 오염 가능성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욕실에서 젖은 손으로 반복해서 만지는 고체 제품이라면 사용 과정에서 물과 미생물이 접촉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보존 시스템은 단순히 전성분 첫 번째에 ‘정제수’가 있는지만 보고 판단할 문제가 아닙니다.

워터리스니까 유효성분이 더 강하다는 말은?

‘물을 뺐으니 그 자리에 유효성분이 더 많이 들어간다’는 설명도 흔합니다. 실제로 농축 제형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워터리스 화장품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농축됐다는 것과 피부 효과가 더 뛰어나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화장품의 효과는 특정 성분의 함량뿐 아니라 피부에 전달되는 방식과 안정성, 제형, 사용량 등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받습니다. 오히려 고농축 제품은 적은 양을 사용하도록 설계될 수 있으므로 기존 액체 화장품과 단순히 성분표 순서만 비교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물 대신 유효성분이 꽉 찼다’는 광고 문구만으로 제품 효능을 판단하기보다 어떤 성분이 어느 목적으로 설계됐는지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질문, 정말 친환경일까?

여기서 워터리스 뷰티의 핵심적인 함정이 생깁니다. 제품에서 물을 줄이면 물 사용과 제품 무게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화장품의 환경 영향을 결정하는 요소는 그것만이 아닙니다. 원료를 어디에서 얻었는지, 생산에 얼마나 많은 물과 에너지가 들어갔는지, 어떤 포장재를 사용했는지, 얼마나 멀리 운송되는지, 사용 후 포장이 실제로 재활용되는지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지속가능한 화장품에 관한 연구 역시 환경 영향을 제품 설계부터 원료 조달, 제조, 유통, 소비, 폐기까지 전 생애주기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포장 역시 중요합니다. 2024년 화장품 플라스틱 포장의 생애주기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포장재를 줄이는 것과 재활용 원료를 사용하는 것이 환경 영향을 낮추는 데 중요한 요소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작은 고체 화장품 하나를 두꺼운 플라스틱과 여러 겹의 장식 포장에 담았다면 ‘물 없는 제형’ 하나만으로 친환경성을 판단하기 어려워집니다.

샴푸바도 결국 샤워할 때 물을 써야 합니다. 이 부분이 워터리스 뷰티를 볼 때 특히 중요합니다. 샴푸와 클렌저처럼 씻어내는 제품은 제조 과정뿐 아니라 소비자가 사용하는 단계에서 물과 온수를 소비합니다. 화장품의 물 지속가능성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샴푸·비누·핸드워시 같은 세정제품의 사용 단계가 환경 영향에 중요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제품을 헹굴 때 사용하는 물뿐 아니라 물을 데우기 위한 에너지까지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샴푸바가 액상 샴푸보다 작고 가볍다고 해도 소비자가 훨씬 오래 헹궈야 한다면 전체 환경 효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제품 속 물’과 ‘제품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물’은 따로 봐야

그렇다면 소비자는 무엇을 보면 좋을까요? 워터리스 제품을 발견했을 때 ‘친환경’이라는 한 단어보다 몇 가지를 함께 살펴보면 좋습니다. 먼저 제품이 실제로 농축돼 사용량과 포장 부피가 줄었는지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고체로 바꾸면서 오히려 여러 겹의 포장을 추가했다면 장점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다음은 사용 방식입니다. 물 없이 바르는 고체 세럼과 매번 물에 풀어야 하는 파우더 제품은 소비 단계의 물 사용이 다릅니다. 제품을 끝까지 사용할 수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아무리 친환경적으로 설계했더라도 사용감이 불편해 절반을 남기고 버린다면 좋은 소비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속가능’, ‘에코’, ‘워터리스’ 같은 단어 자체보다 어떤 환경적 개선을 했는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제품인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워터리스 뷰티는 ‘물 없는 화장품’보다 큰 변화

워터리스 뷰티의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정제수를 성분표에서 지우는 데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화장품은 액체를 플라스틱 병에 담아 사용한다’는 형태 자체를 다시 설계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세럼이 스틱이 되고 클렌저가 가루가 되며 샴푸가 한 손에 들어오는 바가 되는 변화입니다. 물과 제품 무게를 줄이고 포장을 단순화한다면 환경 부담을 낮추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워터리스라는 이름만으로 모든 제품이 자동으로 지속가능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화장품의 환경 영향은 원료·제조·포장·운송·사용·폐기까지 연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화장품을 고를 때는 “이 제품에 물이 들어 있나?”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이 제품은 전체 과정에서 무엇을 실제로 줄였나?”를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워터리스 뷰티의 진짜 의미는 물을 빼는 것보다 화장품을 만드는 방식과 사용하는 방식을 다시 생각하는 데 있을지도 모릅니다.


📚 참고자료: ScienceDirect, PubM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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